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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포우의 The Masque of the Red Death는 짧지만 깊이 있는 문학적 상징으로 가득한 단편 소설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처음으로 문학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나름대로 분석하는 ‘재미’를 발견하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다.

메멘토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한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여덟 가지 키워드로 고전을 읽다>를 읽으면서 포우의 단편 소설이 계속 생각났다. 김진영 작가는 톨스토이, 카프카, 프루스트, 호프만, 토마스 만, 카뮈, 한트케, 볼라뇨의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에게 소개한다.

숨겨진 문학적 퍼즐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짧은 단어나 하나의 문장을 축으로 기존 작품 전체 해석을 뒤집는다. 신기하게도 자세한 설명을 듣다 보면 (책은 실제 강의를 녹취 정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마치 강의 현장에 있다는 착각이 든다) 납득이 된다. 철학자의 깊은 사유에 기반한 분석과 친절한 해설로 인해 관련 작품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커졌다.

저자가 소개하는 8편의 작품은 모두 내게 새롭다. 평소 책을 수집만 하고 읽지 않아서다. 그런데 <철학자 김진영>을 읽다 보면 8편 모두 익숙하기도 하다. 비록 내용과 구성은 전혀 다르지만 포의 단편처럼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문학적 장치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생소한 세계문학 내용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괜한 기우였다. 저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딱 필요한 만큼의 해설을 제공해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자신의 분석을 따라오게 끌어준다. 결코 쉽지 않은 여덟 가지 키워드(죽음, 괴물, 기억, 광기, 동성애, 부조리, 고독, 정치)를 문학, 철학 이론과 몇 가지 언어를 넘나들며 풀어서 설명한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 읽는 사람이 거의 없어야 고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철학자 김진영>은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문학 분석이 주는 즐거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독자가 8편의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관심을 확장하게 해준다. 故 김진영 저자의 1주기를 맞아 정성스럽게 정리, 출간된 강의록을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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